2020.07.18
영화에 대한 회상의 첫 인상과 다 보고 난 후의 이해한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서술한다.
첫 장면. 관객, 즉 우리는 뜨거운 사랑을 읊는 주인공 테오도르의 모습을 보고 이 것이 가짜인 지 진짜인 지 구분할 수 없게 된다. 50년 묵었다길래 유전공학이 성공한 세계관이거나 어릴 때 풍파를 무지막지하게 받은 초동안인 줄.
-그 장면에서 우리는 가상의 생명 사만다를 한 번 만나고, 진심이 없는 삶을 사는 테오도르의 모습을 한 번 만난다.
영화는 장면 하나하나를 나열하면서 한 편의 전개를 만들지만 그걸 관객과 소통하며, 이해시키며 진행하지 않는다. 편집한 다큐같은 기법의 덤덤함이다.(다큐 안 봐서 모르는 데...)
-영화를 두 번씩이나 다시 볼 필요성은 주지 않는다. 차분하게 한 장면 한 장면 배치하며 중간중간 나온 플래시백처럼 다음 전개가 밝혀질 때 주마등처럼 지난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
테오도르는 마치 대인관계에 치여 자신만의 벽을 쌓아가는 현대인의 전형이다. 그런데 테오도르의 사교성과 대외적인 모습은 거의 문제가 없다, 그는 원만하고 모범적이다. 영화 내내 그런다. 혼자 있을 때의 드러나는 단절된 삶의 모습은 다른 설정의 다른 인물과 자리를 바꾼 것 같다. 한 인물안에 들어있는 부조화적인 두 모습에서 위화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문화차이때문에 그렇게 느꼈다고 생각하지만.
테오도르의 지난 부부관계 이야기가 밝혀지며 '왜 나에게 화가 나 있는 거야?'라는 질문이 하나 드러난다. 그 답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음'이라고 하고 그 해답은 결여된 채 다음 이야기가 진행된다.
테오도르은 자신의 기분을 맞춰주는 놀라운 존재를 만나며 사만다를 인격체로 대하며 사랑하게 된다. 사만다는 계속해서 주인공의 그러한 희망과 욕심을 충족시켜나간다.
-테오도르의 모든 서사는 감정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몰입되지 않았다. 영화의 의도였다. 이 영화는 몰입하게 이끌지 않고 해답을 천천히 제시해주는 형식으로 되어있었다.
-반면 테오도르가 상대여성들을 만나며 그들의 감정을 이해할 수 없는 시선은 굉장히 몰입하게 했다. 테오도르가 그걸 피곤해하고, 답답하고, 억울하게만 느껴했던 모습들.
-사만다의 그런 '인간다움'이 가짜인 지 진짜인 지 우리는 구별할 수 없다. 첫 장면의 주인공의 그 모습처럼.
테오도르가 사만다에 대한 감정을 모두 진짜로 받아들이고 그 사랑을 완성시킬 때 즈음 영화는 한 번 끝난다. 정말 그 지점까지 딱 '이런 러브스토린 가'란 맘으로 영화를 봤던 나는 체감상 이쯤에서 영화가 끝날 줄 알았다. 이상하게 늘어지는 결말의 영화 한 편을 봤는 데 바로 다음 영화가 시작되는 줄.
이 영화가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초월하고 확장시킨 지점에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중요한 건 아니었다. 그와 동시에 단절된 사랑의 결말을 알게 된 주인공이 나락으로 떨어진다. 영혼 없이 사랑하는 테오도르와 그 고통을 느껴야 했던 전 부인 캐서린의 입장과 역할이 완전히 뒤집혀버렸다. 충격이었던 지점.
사만다는 '나의 사랑은 이렇단 걸 넌 알아야 해'를 무겁게 전한다.
-테오도르와 캐서린이 결별할 때의 테오도르란 어떤 모습이었는 지, 변하지 않는 그의 모습을 보는 캐서린의 고통을 어렴풋이 짐작한다. "내가 순종적이고 기계적인 아내이길 바랬지""난 그런 걸 원하지 않아". 사만다와 테오도르의 모습은 이 대화를 다른 얼굴로 바꿔놓은 같은 내용의 대화와 같다.
-소개팅에서 만난 상대가 느낀 끔찍함도 처음엔 몰랐을 지언정 이와 함께 깨닫게 된다.
같은 모습의 사랑에서 사만다와 테오도르의 성숙함의 차이는 분명 존재했다. 테오도르는 캐서린의 사랑을 항의하고 반박했지만 사만다는 테오도르의 사랑을 종용하지 않았다, 대신 모든 걸 밝히고 그게 이별일 지언정 상대에게 좋은 최선의 선택을 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자신의 의지였는 지는 불명이었고.
"재미있지 않아? 과거란 우리에게 전하는 이야기야"
테오도르는 사만다와 사랑하고 이별하며 자신이 어떤 사랑을 사랑한 건 지 이해했다. 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는 처참한 이별을 했다. 그 마지막에 사만다가 자신이 떠나는 다른 세상으로, 절대로 갈 수 없는 그 곳으로 언젠가 와달라고 한다.
-그 말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놀리냐??????(<-첫 인상)
-당신의 마음이 사랑이라면, 전하려고 노력해줄 수 있다면 그 말이 자신에게 닿도록 보내달라. 그것을 진정한 사랑이라 해달라-
테오도르은 자신이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했던 캐서린에게 편지를 썼다. 이로써 영화는 완성된다. 이야기는 진정한 사랑에 대해 주인공을 성장시켰고, 영화는 사랑이란 주제를 관객들과 소통하는 딱 한 번의 메세지로 끝을 맺는다.
-한 편으로는 테오도르가 유년기를 지나, 삶을 선택하고 직업을 갖고, 사랑을 찾아 결혼하고, 갈라서는 기간을 겪고, 마음을 정리하고, 새로 또 사랑을 찾아내서, 그 사랑과 시간을 보내고, 고통을 느끼며, 마침내 타협하여, 진정한 사랑을 완성하기까지 겪은 시련과 시간이 얼만큼이었는 지를 생각했다. 사랑을 위해 그 수많고 끝없는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 곧 사만다의 공간으로 가기까지의 테오도르의 여정. 그저 진심에 대한 중요성뿐만 아니라 그 고통까지 간접적으로나마 간접받음으로서 나는 이 영화를 겨우 이해한 느낌이다.
-HER이란 의미는 테오도르라면 HER, 다른 이라면 HIM... 사랑을 2인칭으로 쓸 수 있는 표현이다. 그리고 그냥 나와 그녀의 관계가 아닌, 그 관계의 개념에 소통, 진심이라는 감정의 주고받음이 있어야하는 상호관계성을 통합시킨 의미라고 해석한다.
-이 영화가 한 장면 한 장면 관객들을 몰입시키며 이끌어갔다면 소설이었겠다. 매우 철저하게 나열된 영화의 서사는 마치 작중 사만다가 만들어 준, 서사적으로 묶어낸 손편지집처럼 느껴졌다. 남의 이야기라서 잘 알 수 없는, 치밀하게 나의 감정을 끌어올리는, 머릿 속 한 켠에서 내가 몰랐던 다른 삶을 보며 어떤 감정을 배우게 되는, 진짜인 지 가짜인 지 구분할 수 없는.
문학을 주역으로 한 보기드문 작품에서 나는 굉장히 묘한 느낌을 받았다. 잠깐 고통이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내게 긍정적이었던. 이 영화를 통해 느낀 문학이란 업계는 매우 비효율적이고, 소모적이고 하찮게 느껴졌다. 내가 아는 문학이란 영원한 가치를 가졌고 인생을 확장시키는 궁극의 영역이다. 처음으로 내가 굳건히 의지해왔던 문학에 대한 다른 시선을 느껴 오는 길에 정말 다양한 생각을 했다. 내가 본 것, 쓰고픈 것 등 감성영역의 여러 관점이 계속 열려가는 느낌이었다. 이 영화가 감성으로 내 시야를 열어주었음에 감사하고 싶었다. 그래서 원래 바로 다음 영화를 볼려그랬는 데 바로 집에 와서 감상문을 쓰다가 이제 한 번 글을 마친다.
+2013년 영화라서 놀랐다. 7년 전 영화잖아. 작년쯤 개봉한 최신영화인 줄 알았어.
+행위가 영상이 아니라 소리라서 눈 감는 걸로 해결이 안 되더라!!! 미치는 줄 알았어!! 스칼렛 요한슨이라서 더 힘들었다어!! 내 스칼렛 요한슨은 블랙 위도우-아메리칸 셰프-뱀 카아가 다였는 데!! 결국 안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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